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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남일보 성승모의 사설칼럼4-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2011-04-0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4-25
이메일 hanjungwoo.82@gmail.com
 

[광장] 트라우마와 정신건강 (영남일보 사설칼럼 2011-04-05)

일본의 대지진, 쓰나미,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 등을 특집으로 다룬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에는 레질리언스(resilience)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다. 레질리언스는 삶의 역경을 극복하고 스트레스 이전의 적응수준으로 회복하게 하는 힘 또는 능력을 뜻한다. 레질리언스는 복원력, 회복탄력성 등으로 번역되어 사용되고 있다.


생리적인 측면에서 레질리언스의 작용기전을 살펴보면,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펩타이드Y, DHEA 등이 스트레스와 관련된 자율신경계 반응을 경감시킴으로써 뇌를 보호하는데 이는 레질리언스의 증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컬럼비아대학의 조지 보내노 박사에 의하면, 트라우마(trauma)를 유발하는 사건에 대해 레질리언스를 보이는 것은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정서적 강점이 아닌, 보편적이며 정상적인 대처방식의 특성이다. 사별, 심각한 질환, 테러공격 등 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사건에 대해, 50% 이상의 사람들이 레질리언스를 보인다.


미국의 9·11테러 생존자 중에서도 광범위하게 레질리언스가 입증되었고, 사건 당시 세계무역센터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던 사람들 가운데 레질리언스가 있었던 사람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나 우울증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레질리언스와 관련된 요인은 다양하다. 타고난 기질, 성격, 대처전략 등이 관련되어 있는데 성격이 레질리언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작다. 역경에 처했을 때 레질리언스가 있는 사람은 행동의 유연성을 보일수 있으며, 평상시에는 적응적이지 못한 방법을 동원해서 역경에 대처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수록,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레질리언스 수준도 높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정규직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사회적 지지체계가 레질리언스에 특히 중요하다. 일본인들이 재난상황에서 유지하고 있는 침착성과 여유도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사건의 종류, 심각도, 지속기간도 레질리언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데, 레질리언스에 도움이 되는 품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힘든 일을 겪고 난 뒤에는 다양한 레질리언스를 보일 수 있다.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최근 출간된 '회복탄력성'이란 책에서 레질리언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활짝 웃는 연습하기, 참지 말고 즐기기,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공감하고 경청하기, 깊고 넓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감사하기 훈련과 규칙적인 운동 등의 방법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은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우울증의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인 마틴 셀리그만은 레질리언스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미국 육군병사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적용중에 있다. 지난주에 발간된 미군소식지 '모닝캄'(Morning Calm)에 의하면, 이 프로그램은 주한미군 가족들에게도 9일 과정으로 최근 실시되어 참여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3월호 커버스토리에 의하면, 엄청난 국방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의 효용성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보내노 박사는 레질리언스가 이미 갖춰진 사람에게 프로그램의 실행이 득보다는 실이 클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레질리언스와 정신건강의 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찌됐건 전례 없는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사고로 고통 받고 있는 일본 사람들이 특유의 레질리언스를 발휘해서 하루빨리 다시 일어설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성승모(성동병원 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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