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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남일보 성승모의 사설칼럼2- 아직은 종이책과 신문이 대세다 (2011-02-08)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1-04-25
이메일 hanjungwoo.82@gmail.com
 

[광장] 아직은 종이책과 신문이 대세다 (영남일보 사설칼럼 2011-02-08)

책이 많으면 이사할 때마다 고민이 된다. 짐 정리가 쉽지 않고 이사비용이 많이 든다. 책을 정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책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책을 버렸다가 한참 지나서 그 책이 다시 필요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버린 것을 후회하고, 다시 구입하게 된다. 요즘에는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절판되어 책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도서관에 책을 기증하면, 필요할 때마다 다시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기증된 책이 도서관 장서로 모두 소장되지는 않는다. 책의 희소성이나 가치와는 무관하게 출판되고 일정기간이 지난 책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도서관도 있다.


가능한 한 많은 책과 함께 생활하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 천장높이에 근접하는 책꽂이를 2중, 3중의 슬라이딩 책장 형태로 만들면 좁은 공간에 고밀도로 책을 보관할 수 있다.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지만 대성그룹 김영훈 회장처럼 사옥 지하에 서고를 만들어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가 쓴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는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작은 빌딩이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공간적인 제약이 적은 방법이 있다. 고성능 스캐너를 장만해서 책 내용을 PDF와 같은 컴퓨터 파일로 변환시켜 보관하는 것이다. 종이책을 버리더라도 파일만으로 책 내용을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고 프린터로 출력해서 읽는 것도 가능하다. 양면 스캐너를 사용하면 빠른 시간내에 스캔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스캐너에 낱장으로 투입해야 하므로 책의 제본을 뜯어야 하고, 종이책을 계속 사용하려면 제본을 다시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단면 스캐너를 사용할 경우 스캐너에 매달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요즘 매스컴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는 킨들과 아이패드를 사용해 전자책을 구입해 읽는 방법이 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 2010년 12월호는 글로벌사상가 100위권에 선발된 각 분야의 인사에게 '킨들이냐, 아이패드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었는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저자인 토머스 프리드먼처럼 킨들과 아이패드 모두 필요없다는 견해를 내비치는 경우도 있다. 종이책이 아직까지는 대세라는 주장이다. 최근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인터넷서핑보다는 신문 읽기를' 권고하고 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하게 된다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대형서점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신 뒤 이런저런 책을 펼쳐보고 서가 사이로 걸어다닐 기회는 다시 찾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다 읽은 책을 친구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건네서 돌려보는 것이 가능할지, 헌책방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새 책 출간을 기념해 저자로부터 책에 사인을 받는 행사는 어떻게 될까?


킨들이나 아이패드에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자책 내용을 종이로 인쇄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또 책과 같은 고화질로 양면으로 인쇄하고 컬러표지를 입혀 제본하려면 결국 종이책의 가격에 육박하는 비용이 든다. 그럴 바엔 그냥 서점에서 종이책을 사는 게 낫다. 대다수 국내외 전문학술지의 논문이 PDF 파일로 유통되고 있지만, 프린터를 사용해 출력해서 읽는 게 훨씬 편하다. 밑줄 긋고 메모하는 것도 종이가 아직은 더 편하다. 아마도 종이 위의 활자는 매혹이거나 혹은 매직으로 영원할 것 같다.


성승모(성동병원 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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